당시 담임 연령 만 5세
"친구가 힘들어하니까 네가 도와줄래?"
교사가 활동성이 높은 아이들을 순한아이들한테 부탁하면서 하는 말이다.
교사 딴에는 아이의 책임감과 이타심을 길러준다고 생각했고 옳은 교실 운영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꽤 오랫동안 사용한 방법이다.
어느 날 순한아이의 부모님이 커피를 사들고 오셔서 "선생님 상담을 좀 하고 싶은데요"요청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선생님이 나한테 친구를 챙겨주라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말했다는 것이다.
부모님 이야기의 핵심은 기존의 교실 운영방법을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순한 아이들에게 친구를 도와주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 학부모님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는 이유는 학부모님의 너무나도 정중한 태도였다.
교사와의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원장, 작년 담임, 구청 직원에게 이야기하는 방법도 그 중에 하나이다.
학부모님이 커피를 사오셔서 정중하게 말씀하신 방법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선택을 해주시고,
어쩌면 컴플레인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문제를 '부탁'으로 표현해주신 부분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에게 미안했다.
다음 날 바로 방법을 수정하고, 아이에게 사과했다.
결국 교실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아무리 전공자여도 잘못판단하는 부분이 있고,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미흡한 부분을 지적당했을 때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당시에 나는 성숙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부님의 정중한 태도 덕분에 행동을 수정할 수 있었고,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를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학부모에게 굉장히 감사하다!